풀 카운트 2
StarryNight
あらすじ
〈19세 이상〉 #현대물, #라이벌/열등감, #스포츠, #성장물, #쌍방구원, #순정공, #미남공, #까칠공, #까칠수, #상처수, #파릇파릇청춘, #야구7할로맨스3할, #간신히19금걸친건전야구비엘, #시즌중엔야구만해라이것들아 * 공: 최민욱 ? 메이저리그 입성을 노리는 KBO 최고의 거포 겸 포수 * 수: 이조영 ? 트라우마를 안고 방황하는 2군 백업 욕쟁이 중견수 한때 KBO를 짊어질 정통 우완 파이어볼러로 평가받던 초특급 고교생 투수 이조영. 그는 청소년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나간 국제 대회 경기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어깨를 쓸 수 없게 된다. 그리고 장장 5년에 걸친 재활 끝에 녹스 크로우스의 외야수로 거듭난다. 하지만 조영은 다음에 또 다치면 영영 야구를 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주루, 수비, 공격 모두 제대로 하지 못한다. 어정쩡한 백업. 팬들이 꼽는 방출해야 할 야수 1순위. 자신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어떤지를 알면서도 조영은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는다. 그런 그를 죽도록 못마땅하게 여기는 인물이 있다. 조영의 중학교 동창이며, 현재 KBO에서 가장 잘나가는 홈런타자 겸 대양 웨일즈의 포수인 최민욱. 민욱은 왠지 몰라도 조영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다. 도대체 왜 사사건건 시비야. 제발 나 좀 내버려둬! 조영이 아무리 부르짖어도 소용없다. 민욱은 상상도 못 한 장소에까지 나타나서 조영을 물어뜯고 싸움을 거는데…. *** 조영은 그 위에 엎어진 채로 숨만 몰아쉬었다. 손이 너무 심하게 떨려서 민욱을 밀어 낼 수도, 땅을 짚고 일어설 수도 없었다. “됐잖아.” 조영만큼이나 거친 호흡을 뱉어 내던 민욱이 마침내 속삭였다. “할 수 있잖아. 됐잖아.” 조영을 꽉 옥죄고 있던 팔이 겨우 풀렸다. 폐를 압박하던 힘이 사라졌는데도 호흡은 좀처럼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. 민욱의 양손이 조영의 등을 더듬더듬 거슬러 올라왔다. “됐잖아. 너, 할 수 있잖아. 부딪쳐도 되잖아!” 불구덩이처럼 펄펄 끓는 손이 조영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. “봐, 안 다쳤잖아. 너도, 나도, 멀쩡하잖아.” 벌벌 떨리는 손이 꼴불견이라고 생각했는데, 오히려 조영보다 민욱의 손이 더 심하게 떨렸다. 이토록 심하게 비가 퍼붓는데도 그의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다. 몇 번이고 입술을 축이며 민욱은 열심히 말을 골랐다. “넌 안 다쳐. 백 번, 천 번, 만 번 전력으로 부딪쳐도 넌 이제 다치지 않아. 내가 장담해. 넌 안 다쳐! 알았어?” 대꾸 대신 조영은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. 알긴 뭘 알아. 뼛속까지 후줄근하게 젖은 채, 진흙과 온갖 잡초를 뒤집어쓴 모습으로 그딴 소리 해 봤자 믿음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생기지 않았다. 반박하자면 할 말은 수도 없이 많았다. 도대체 뭘 장담하는데. 앞날을 네가 어떻게 아는데. 네가 무슨 신이라도 돼? 시건방진 건 여전하구나? 그러나 머릿속을 지나가는 수많은 핀잔 중에 말이 되어 나온 것은 단 한 단어도 없었다. 그래서 조영은 마냥 웃었다. 웃음은 느닷없이 터졌듯이 또 갑자기 멎었다. 충돌하는 순간 번쩍했던 번개 탓일까. 감정 조절이 전혀 되지 않았다. 조영은 황급히 민욱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었다. 비는 변함없이 쏟아지고 바람의 위세는 절정으로 치달았다. 그래서 차라리 다행이었다. 볼을 적시는 이 뜨거움을 비 탓으로 돌릴 수 있어서. 어깨를 들썩이며 온몸을 떠는 것도 바람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서. 민욱은 다시 조영을 감싸안았다. 그리고 오래도록 꼼짝도 않고 누워서 조영의 눈물과 장대비를 오롯이 다 받아 냈다.